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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꽃인 줄 알았어’…평범한 일상에서 꽃을 발견하는 따뜻한 시선

2026-07-15
언론보도

정혜인, 『꽃인 줄 알았어』 삽화, 색연필(Color Pencil on Paper), 2026

 
파란 꽃무늬 우산 아래 한 사람이 빗속을 걷고 있다. 우산에는 분홍, 노랑, 보라색 꽃들이 촘촘히 피어 있고, 화면 위에서는 가느다란 빗방울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우산을 든 인물은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채 나비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으며, 흰 원피스와 푸른 우산이 대비를 이루면서 빗속의 고요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멀리 날아가는 파란 나비는 화면 오른쪽 넓은 여백을 향해 시선을 이끌며, 비 내리는 풍경 속에도 작은 설렘이 살아 있음을 전한다.

화면은 흰 여백을 넉넉히 남긴 채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시선이 흐르도록 구성돼 있다. 왼편에는 꽃무늬가 가득한 커다란 파란 우산이 비를 막아주고, 우산 아래 인물은 등을 보인 채 나비를 바라본다. 빗방울은 세로선처럼 규칙적으로 떨어지고 있으며, 화면 오른쪽에는 푸른 날개에 붉은 점무늬를 가진 나비 한 마리가 홀로 날아간다. 복잡한 배경 없이 비, 우산, 사람, 나비만으로 장면을 구성해 조용하고 맑은 분위기를 전한다.

이 작품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발달장애 예술가 정혜인 작가가 올해 4월 출간한 그림책 『꽃인 줄 알았어』의 삽화다. 정혜인 작가는 대담한 색감과 섬세한 표현으로 일상 속 풍경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평범한 사물과 순간에서도 기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그의 작품은 순수한 시선과 따뜻한 감정을 담아낸다. 현재 하트하트아트앤컬처 소속 미술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림책 『꽃인 줄 알았어』는 꽃을 찾아 여행을 떠난 작은 나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나비가 발견하는 꽃은 들판에만 피어 있는 꽃이 아니다. 빨랫줄에 걸린 옷, 아이의 수영모자, 오래된 문, 식탁 위의 음식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 속 사물들이 저마다 꽃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독자는 나비의 여정을 따라가며 평범한 하루 속에도 아름다움과 기쁨이 피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발달장애 예술가들의 원화와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으며,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예술을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과 연결하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이번 삽화 역시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는 흔히 흐리고 우울한 풍경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작가는 꽃무늬 우산과 나비를 통해 빗속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나비가 향하는 곳은 특별한 풍경이 아니라 우리 곁의 평범한 일상이다. 작품은 익숙한 사물과 장면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보이지 않던 꽃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전하며,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이 지닌 따뜻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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